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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정함에 대하여

메디칼타임즈=조선의대 본과 4학년 한민형 필자는 서울과 경기도에서 나고 자랐는데, 수능 점수에 맞춰 연고 하나 없었던 광주로 대학을 온 탓에 자주 KTX를 타고 경기도와 광주를 오가곤 한다.KTX를 여러 번 타다보면 옆자리에 앉는 사람에 따라 쾌적함이 달라지는 걸 느끼는데, 그래서 열차를 탈 때 옆자리에 누가 앉을지는 필자의 소소한 이슈거리이다. 그날도 옆자리에 누가 앉을까 스치듯 생각하며 KTX에 올랐다.달달한 음료가 당겨서 산 마시는 요거트를 하나 든 채로. 자리에 앉아서 가다보니, 다음 역에서 하얀 피부에 시원한 향수 냄새가 나는, 20대 중반쯤으로 보이는 작은 체구의 여성분이 옆자리에 앉았다. 오늘은 편하게 가겠구나, 생각하며 흐뭇하게 눈을 감았다.30분 정도 지났을 무렵 사 온 요거트가 먹고 싶어져서 뚜껑을 따는데, 탁, 따던 중에 요거트 몇 방울이 손에 튀었다. 좀 조심할걸,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던 찰나, 옆자리 여성분이 톡톡 어깨를 두드리더니 가방에서 휴지를 건넸다.생각지 못했던 호의에 놀라서 엉거주춤 감사 인사를 하고 손에 묻은 요거트를 슥슥 닦았다. 그리고 닦은 휴지를 가만히 보는데 마음에 따뜻함이 사르르 번져왔다. 모르는 사람의 작은 호의와 관심에, 그 다정함에 마음이 포근해졌다.가볍게 휴지를 건네던 여성분의 모습을 떠올려본다. 그분은 몸에 배인 다정함으로 주변에 따뜻함을 선물했겠지? 필자도 이 따뜻함을 나누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PK 실습을 돌다 보면 아픈 사람들을 많이 마주한다. 다만 의대생인 필자는 교수님과 환자의 대화를 지켜보는 철저한 방관자 역할이다. 의사도, 환자도 아닌 위치에 서서 실습을 돌다 보면 때론 의사의 입장에서, 때론 환자의 입장에서 그 상황을 지켜보게 된다.혈종 회진을 돌며 한 말기 암 환자에게 교수님께서 성심성의껏 검사 결과들을 설명하시고 가려던 찰나 환자분이 교수님께 감사 인사를 전했다. 선생님, 선생님같이 다정한 분을 만나서 얼마나 다행인지요. 그 말에 여러 가지 생각이 동시에 찾아들었다.중한 병이나 말기 암 환자를 볼 때면 저분들은 어떤 것에서 삶의 의미를 찾고 있을까 궁금했었다. 호스피스로 옮겨야 될 만큼 여명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도 말 한마디에 담긴 다정함과, 날 신경써주고 있다는 느낌은 한 사람에게 다행감을 주는구나. 저렇게 다정함을 잃지 않는 의사가 되어야겠구나.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라는 질문에 톨스토이는 사랑이라고 답했다. 사랑이라, 필자 또한 이 질문에 사랑이라고 답하고 싶어졌다. 필자에게 이 사랑이라 함은 다른 말로 따뜻한 관심인 것 같다. 이 사람이 나를 신경써주고 있구나, 이 세상에서 나에게 따뜻함을 베풀어주는 사람이 있구나라는 생각을 할 때면 마음속에 온기가 번진다.보살핌을 받는다는 느낌은 사람한테 안정감을 준다는 생각을 한다. 의사는 본질적으로 사람을 대하는 직업이다. 의사에게 필요한 덕목은 수없이 많지만, 그중에서도 잃지 않아야 될 것이 '다정함' 아닐까.이 세상을 따뜻하게 밝혀주는 다정함이 빛을 잃지 않길. 일반인과 의사의 경계에서, 의대생의 시선으로 얻은 조그마한 가치를 나누고 싶다.
2024-04-29 05:00:00오피니언

따뜻한 봄, 과연 아름답기만 할까?

메디칼타임즈=이화여대 의대 본과 4학년 하보경 4월이 들어서자마자 사방에 꽃이 피면서 봄내음을 느끼곤 한다. 눈으로 보기는 아름답지만, 마냥 꽃이 예쁘기만 한 건 아니다. 해마다 이맘때가 되면 꽃가루 알레르기가 공기 중에 떠다니면서 극성을 부린다.또 꽃가루뿐 아니라 밤낮으로 황사와 미세먼지까지 더해져 호흡기를 괴롭히기도 한다. 봄철을 맞아 야외활동을 많이 나가는 것도 좋지만, 그만큼 생활 건강에 유의해야 한다.1. 알레르기 비염봄철의 단골손님이라고 불리는 알레르기 비염은 겨울이 지나고 일교차가 큰 환절기에 맑은 콧물, 코막힘, 재채기 등의 증상으로 흔히 나타난다. 이는 치명적인 질환은 아니지만, 일상생활에 불편함을 가져다주고, 만일 제때 적절한 치료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콧물과 함께 짙은 농이 나오기도 하며 두통과 발열 증상까지 이어질 수 있다.또 초기의 알레르기 비염이 만성 비염, 부비동염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고, 심할 경우 수술적 치료도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평소 관리와 함께 적절한 치료가 필요하다. 만약 매년 이맘때인 봄철, 재채기나 코막힘 증상이 2주 이상 나타날 경우 알레르기성 비염을 의심하고 병원을 찾는 것이 좋다.이러한 알레르기 예방에는 무엇보다 면역력이 중요한데, 기본적으로 개인위생을 철저히 준수해야 한다. 날씨가 풀려서 외출을 하는 경우가 많은데, 외출 후 집으로 돌아와서는 손과 발을 깨끗이 씻고 반드시 양치질을 해야 한다.특히 환절기에는 양치 후 30초 정도 구강청결제로 가글을 하는 것 또한 입안 세균을 제거해 비염, 감기, 편도선염 등의 호흡기 질환 예방에 도움이 된다.1. 알레르기 결막염봄철 꽃가루나 미세먼지 등 알레르기를 유발하는 물질들이 공기 중에 떠다니게 되고, 그로 인해 눈이나 눈꺼풀 내면을 둘러싸는 결막에 염증이 생기면 이를 알레르기 결막염이라고 한다. 원인 물질로는, 미세먼지, 황사, 꽃가루 등이 있는데 이러한 물질들이 눈에 지속적으로 닿게 되면 눈의 가려움과 이물감을 유발하는 것부터 눈시림과 눈충혈을 유발할 수 있다.이를 예방하기 위해 손을 자주 씻고, 손으로 눈을 비비지 않은 것이 중요하다. 또 되도록 봄처럼 먼지가 많은 계절에는 콘택트렌즈를 착용하지 않는 것이 좋다. 또 미세먼지나 황사가 심한 날, 혹은 꽃가루가 많은 곳을 갈 때 외출을 삼가거나 안경과 마스크를 착용하는 것이 권장된다. 또 눈이 가려울 경우 비비지 않고 얼음찜질이나 인공눈물을 넣는 것이 좋다.1. 만성폐쇄성 폐질환만성폐쇄성폐질환이란, 봄철 황사나 미세먼지와 같은 유해 물질에 노출되어 기도와 폐에 염증이 발생하는 질환을 말한다. 이는 잘 알려지지 않아 생소한 질환이지만, 사실은 폐암만큼이나 위험한 질병이다.세계보건기구(WHO) 발표 자료에 따르면, 2020년 전세계 10대 사망원인으로 만성폐쇄성질환(COPD)이 3위를 기록한 바 있다. 만성폐쇄성질환을 일으키는 주원인인 미세먼지는 입자가 매우 작지만, 각종 중금속을 함유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인체의 깊은 곳까지 침투할 수 있어, 노출됐을 시 폐에 염증을 유발한다.이 질환의 특징적인 증상으로는, 호흡곤란, 기침, 가래가 있는데, 이 중 호흡곤란이 가장 주요한 증상이다. 기침이 첫 증상일 수 있지만, 가볍게 넘기기 쉬운 증상이고, 일부는 초기에 무증상인 경우가 많아 면밀한 주의가 필요하다.만성폐쇄성폐질환을 예방하기 위해선 황사와 미세먼지가 많은 날에는 외출 시 마스크를 착용하고, 외출 후에는 손을 잘 씻어 청결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이렇게 요즘과 같이 겨울을 지나 따뜻해지면서 건조한 대기, 공기 중에 떠다니는 여러 물질에 의해 발생할 수 있는 질환들을 알아보았다.봄 환절기가 되어 눈이나 코가 가렵거나 기침이 자주 나는 등 증상이 나타나면 가볍게 여기지 말고 이러한 질환을 의심하고 병원을 방문해 볼 필요가 있다. 봄철 다양한 질환의 예방수칙을 철저히 지키며 이러한 질환에서 벗어나 아름다운 봄을 만끽하도록 하자.
2024-04-22 05:00:00오피니언

의료를 바탕으로 한 치유의 중심에 선 학생들

메디칼타임즈=고신의대 본과 2학년 이원정 요즘 의료사태가 계속되면서 시민들은 혼란스러워하고, 언제든 의료를 접할 수 있었던 사람들마저 점점 기본적인 의료와도 멀어지고 있는 현실을 경험하고 있다.이런 사태에서도, 환자들이 검진을 받지 못해 건강에 위협을 받는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해 발 벗고 나선 사람들이 있다. 바로 고신대학교에 있는 '벧엘'이라는 의과대학·간호대학 연합 의료선교 동아리 학생들과 고신대 복음병원 의료진들이다.의료선교 동아리 '벧엘'은 비록 학생의 신분이나, 배운 지식과 기술로 의료의 혜택을 충분히 누리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손길을 내밀러 가는 사람들이 모인 동아리다. 해외 의료선교는 물론이고 국내 의료선교도 꾸준히 나가고 있다.오늘 이 글에서는, '벧엘' 동아리 학생들이 올해 3월 최근 2차례 나간 국내 의료선교에 대해 소개해보고자 한다.3월 9일 토요일, 창원 현동샬롬교회에 벧엘에 소속된 고신대학교 의과대학·간호대학 13명의 학생과, 고신대학교 복음병원 호흡기내과 옥철호 교수님들을 비롯한 교수님들, 간호사님들을 포함한 18명의 인원이 모여 현동지역 무료 의료 진료를 다녀왔다.학생들과 교수님들, 간호사님들은 접수팀, 엑스레이팀, 간초음파팀, 갑상선 초음파팀, 심전도팀, 주사팀, 산부인과팀으로 나눠 진료를 수행했다. 각자의 맡은 역할에서 사람들이 혹시 불편한 점은 없는지 귀기울이며, 환자분들에게 가장 필요한 의료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했다.지역 특성상 나이 드신 분들이 많은 현동지역 무료 진료이기에, 나이 드신 분들이 알아들을 수 있는 용어를 사용해 알아듣기 쉽도록 차근차근 설명해드리고 환자분들이 불편하신 점이 없도록 최선을 다해 안내하고 진료를 수행했다. 환자분들이 그동안 본인의 건강에 대해 찜찜했던 모든 것들을 다 훌훌 털어버리고 가실 수 있도록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했다.고신대학교 의과대학·간호대학 연합 의료선교 동아리  '벧엘'3월 31일 일요일, 김해합성초등학교에 다문화 가정 아이들과 보호자들을 대상으로 한 무료의료진료를 다녀왔다. 이번 무료 진료에서는 고신대 복음병원 호흡기내과 옥철호 교수를 비롯하여 재활의학과, 소아청소년과, 영상의학과와 치과가 참여하였으며, 고신대 의과대학·간호대학 학생들 18명이 참여하였다.의료 진료뿐 아니라 한편에서는 화분 만들기, 풍선 만들기, 축구하기 등 학생들이 어린이들을 놀아주고 함께 어우러져 시간을 보내는 어린이 사역이 이루어지기도 하여, 현장은 모두가 하나되어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다문화 어린이들, 보호자들은 각기 다양한 국가 출신으로, 우리와 원활한 소통이 이루어지지 않을 때도 많았지만,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고자 하는 마음, 그리고 그 마음을 소중히 여기고 감사할 줄 아는 마음이 어우러져 아름다운 장면을 만들어냈다.어린이들과 어른들이 아픈 몸에 대한 진료를 받는 것뿐 아니라, 어린이들과 그들의 부모들의 그동안의 어딘가 모르게 허했던 마음을 채워줄 수 있었던,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한 기억을 선사해준 의료봉사였다.고신대학교 복음병원 희망무료진료소해외로 나가지 않더라도, 한국 곳곳을 둘러보면, 의료가 절실히 필요함에도 경제적, 사회적 이유로 충분히 의료를 받고 있지 못해, 자신의 아픔이 어떤 원인에서 비롯된 것인지 알지 못하고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비록 아직 많은 것을 해드리지 못하는 학생의 신분임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작은 손길 하나하나라도 큰 도움이 되는 분들이 많다는 것이다.또한, 교수님들 옆에서 의료 진료를 돕고 보조하면서, 우리는 학생으로서 할 수 있는 것들을 할 수 있다. X ray를 찍고, 혈압을 측정하고, 차트를 작성하고 사람들에게 약과 질병에 대해 묻는 의료적인 부분뿐 아니라 진심으로 다가갔다.그들의 몸뿐 아니라 힘듦, 지침, 외로움, 소외감 같은 정신적 아픔마저 품고 위로한다면 환자들은 병도, 마음도 다 치유되어 웃으며 집으로 돌아갈 수 있을테다.의료를 바탕으로, 따뜻한 손길과 마음을 모아 나이도, 국적도 제각각인 사람들의 아픔을 치유하는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어가는 중심에는, 다름 아닌 학생들로 구성된 '동아리'가 있다. 우리는 앞으로도 그곳이 어디든, 우리의 손길을 필요로 하는 곳이라면 언제든 달려갈 것이다.
2024-04-15 05:00:00오피니언

스마트폰의 시대, 디지털 디톡스가 필요해

메디칼타임즈=충남의대 본과 4학년 이동훈 "우리는 얼마나 많은 것을 잊고 살아가는지"(동물원, 혜화동 中)스마트폰의 시대를 살고 있다. 2007년 아이폰 1이 나온 이후, 스마트폰은 시장에서 급격하게 점유율을 높여왔다. 현재 우리나라 국민의 스마트폰 보유율이 98.3%에 달한다고 하니, 거의 모든 사람이 스마트폰을 가지고 있다고 보아도 무방할 것이다. 높은 보유율만큼이나, 스마트폰은 우리 생활에 깊숙이 침투하였다.우리는 스마트폰을 이용하여 쉽게 날씨를 확인하고, 음악을 들으며, 저녁 식사 레시피를 검색하곤 한다. 이 뿐만 아니라, 교통편과 숙소, 공연, 스포츠 경기들을 예약하고 물건을 구매하며 은행 업무와 학사 행정까지 처리할 수 있다. 그야말로 만능에 가까운 도구이다.하지만, 다양한 기능만큼이나 암울한 점들 또한 존재한다. 바로 스마트폰 의존이다. 우리나라 대학생 525명을 대상으로 시행한 한 연구에 따르면, 대학생 중 스마트폰을 하루 8시간 이상 사용하는 경우는 51.9%, 12시간 이상 사용하는 경우는 26.9%에 달한다고 한다.스마트폰 하루 사용 시간이 긴 학생의 경우, 스마트폰 중독 위험이 높았다. 연구에 따르면, 스마트폰 중독 사용군은 정상 사용군에 비해 어깨 통증 호소가 많았으며, 상태 불안과 특성 불안, 우울 모두 정상 사용군에 비해 높게 나타났다.한편, 이런 경향은 대학생뿐 아니라 일반 국민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스마트폰 사용에 관한 한 실태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만 3세~69세의 스마트폰 이용자 중 23.6%, 20대에서는 31.3%가 과의존 위험군에 속했다.과의존이란 과도한 스마트폰 이용으로 스마트폰이 생활의 가장 중요한 활동이 되고, 조절 능력이 감소하여 문제적 결과를 경험하는 상태를 의미한다. 해당 통계에 따르면, 과의존 위험군에서는 일반군에 비해 스마트폰 사용과 관련한 심리 요인이 두드러졌다.스마트폰을 주기적으로 확인하지 못하면 불안감을 느끼거나(74.0%), 배터리가 부족하면 초조해지거나(75.8%), 장기간 사용 후 우울감 혹은 무기력감을 호소한 적이 있다(54.0%)고 하였다. 이외에도 신체적인 폐해, 대면 만남의 감소, 높은 스트레스 해소 의존도 등이 특징으로 나타났다.디지털 디톡스(Digital Detox)는 이런 스마트폰 의존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등장한 개념이다. 디지털 거리두기라고도 할 수 있다. 디지털 기술을 완전히 외면할 수는 없기 때문에, 사용 시간을 조절하고자 다양한 방법들이 강구되고 있다.아직, 검색했을 때 나오는 확실한 가이드라인은 없지만, 관련 글들 몇 가지를 분석하여 디지털 디톡스 방법을 제시해 보자면 다음과 같다.1) 활동 계획을 세우자. 스마트폰 사용 시간이 감소한 만큼, 하고 싶은 다른 일들을 정해 그 일들로 시간을 채워보자. 독서, 자기 계발, 운동, 사람과의 만남, 취미 생활 등 주제를 정해 활동 계획과 목표를 세워보자.2) 스마트폰 사용 시간과 요일을 정해두자. 시간을 설정해 스마트폰과 거리를 둘 필요가 있다. 심야 시간, 잠들기 직전, 주말 혹은 휴가 등 특정한 시간과 기간을 정해두고, 스마트폰과 거리를 두는 것이 좋다. 이를 위해 시간 관리 애플리케이션을 사용하거나, 기기 자체의 스크린타임 기능을 활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특정 시간에 휴대전화 전원을 끄거나 음소거 기능을 사용할 수도 있다.3) 디지털 프리 공간을 만들자. 예를 들어 침실 혹은 침대에서는 스마트폰 사용을 금지해보자. 스마트폰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다른 공간으로 이동해야 하는 불편함을 의도적으로 설정할 수 있다. 디지털 프리 공간을 마련하여 명상과 휴식을 취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자.4) 잠시 앱을 제거하거나 휴대전화를 다운그레이드하자. 조절이 어렵다면 해당 앱을 잠시 삭제하고 활동을 멈출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마트폰에 집착하게 된다면 앱을 지원하지 않는 피쳐폰 등의 휴대전화로 교체하는 것을 고려할 수 있다.5) 전문가의 지원을 받는 것을 고려하자. 조절하는 것이 너무나 힘들다면,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에서 운영하는 전국의 스마트쉼센터의 도움을 받을 수도 있다. 이외에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등에게 스마트폰 중독에 관해 상담을 받아보자.날이 좋다. 봄으로 접어들며, 볕은 점차 따사로워지고, 최고 기온은 20도를 넘나들고 있다. 개나리와 목련이 꽃망울을 터뜨렸고, 벚꽃도 봉오리를 피울 준비를 하는 중이다. 주말마다 서대전 공원 한 귀퉁이에서 프리지아와 장미, 달고나를 파시던 노점상 상인 분은, 벚꽃이 피면 벚꽃축제 장소에서 꽃을 파실 예정이라 하신다. 6천 원 정도면 동네 마트에서 작은 플라스틱 박스에 포장된 딸기 한 상자를 살 수 있다. 프로야구가 지난 3월 23일 전국 5개 구장에서 개막전을 하였다. 한화이글스는 올해 포스트시즌을 갈 것이다.봄이 되었다. 잠시 스마트폰을 꺼두고, 밖으로 나가 잊고 있던 것들을 확인해보는 것은 어떨까?[1]2022 디지털 정보격차 실태조사(2022,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2]대학생의 스마트폰 중독사용 정도에 따른 상지통증, 불안, 우울 및 대인관계(2012, 황경혜 외, 한국콘텐츠학회)[3]2022 스마트폰 과의존 실태조사 (2023,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
2024-04-01 05:00:00오피니언

비워낼수록 가벼워진다

메디칼타임즈=경희대학교 의과대학 류한정 얼마 전 절에 일주일정도 묵은 적이 있었다. 작은 배낭 하나를 달랑 메고 갔기에 처음에는 조금 어색하고 불편했다. 그러나 곧 소유로부터 오는 속박에서 벗어나 자유롭고 편안한 일상을 만끽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몸은 더할 나위없이 안락해졌고, 마음은 풍요로워졌다.하지만 집에 돌아와 방을 마주했을 때, 내 정신은 극도로 아득해졌다. 번잡스럽고 요란함의 극치였던 것이다. 며칠이 지나자 자연스럽게 지리멸렬한 일상으로 돌아갔고 문득 이 소비주의의 굴레를 끊어야겠다고 다짐했다.내 방은 유년시절부터 모아온 것들로 가득 차 있었다. 가장 큰 문제는 책들로 가득 찬 책장 20칸과 바닥에 쌓아놓은 책들이었다. 바닥 여기저기에 떨어진 옷가지와 더러운 화장대는 숨을 답답하게 했다.이 밖에도 아기 때 받은 손수건, 천 피스 퍼즐, 누군가의 명함, 피아노 교본, 인형 등 그 속에 담긴 시간과 추억이 흐릿해서 이제는 더이상 감흥을 주지 않는 것들이 많았다. 아쉬운 순간이 올 것을 대비해 아꼈던 것들은 사진을 찍어 남겼고, 남은 물건들을 모두 거실로 빼냈다. 거실은 발 디딜 틈이 없었다.이것들을 그냥 버리자니 환경오염이 걱정되었다. 중고장터에 팔기에는 상품성이 떨어지는 애매한 물건들이 많아서 거래를 기다리는 것만해도 일년은 걸릴 듯했다. 인터넷을 찾아보니 의류/이불류/문구류/서적/전자제품 등으로 나누어서 각각 다른 곳에 팔거나 기부할 수 있었다.다만 기부를 더 이상 받지 않는 단체들도 있고, 기준이 모두 달라 전략적으로 택배 상자 수와 물건의 종류를 써가면서 구상했다. 밑에는 필자가 어느 곳에 어떤 물건을 보냈는 지 간략하게 써놓은 것이다. 참고하여 한적한 생활을 하는데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헌옷청년 : 옷과 신발을 정리했다. 집에 기사님이 방문하셔서 무게를 측정한 뒤, 돈으로 바꾸어 주신다. 카카오톡과 네이버카페로 편하게 신청할 수 있다. 단, 무게가 20kg이하이면 무료로 수거해 가신다. 이외에도 헌옷을 받아가는 업체들은 쉽게 찾을 수 있다.옷캔 : 머리띠, 목도리, 장갑 등 의류관련 잡화와 얇은 이불, 인형들을 정리했다. 한 박스당 최소 만원의 기부금을 낸다. 기사님께서 수거해가신다.    나눔폰 : 더 이상 사용하지 않는 오래된 핸드폰, 충전기, 보조배터리를 보냈다. 착불 택배로 받으시며, 개인정보를 삭제한 뒤 제품을 분해하여 유해물질을 처리하고 금속들은 재사용한다.알라딘 중고서점 : 교양서적, 전공서적을 싼값에 팔았다. 훼손이 심하지 않은 서적들은 중고로 팔았고, 많이 찢어지거나 누렇게 변색된 책들은 폐종이로 분류해 정리했다. 어린아이가 있는 지인에게는 세계문학 전집과 중·고등학생 때 읽었던 최신 책들을 드렸다.    pencil & note share 프로젝트(PnNs) : 문구류를 보냈다. 물감, 작은 메모장, 스티커, 도장 등 자질구레한 물건들이 많아 비닐과 고무줄로 잘 정리하여 보냈다. 어린이 도서관을 조성하실 예정이라고 하여 영어책도 같이 넣었다. 동남아 혹은 아프리카의 어린이들에게 기증된다. 당근마켓 : 전자제품이나 부피가 큰 물건들을 포스팅했다. 우산수리 서비스 : 각 자치구별로 저렴한 가격에 우산을 수리해준다. 그러나 필자의 집에는 우산이 너무 많아, 고장난 우산을 수리하여 필요한 이들에게 전달해주는 제로웨이스트샵에 기부했다.아름다운 가게, 굿윌스토어 : 가장 유명한 가게들이다. 기부영수증이 발행되어 연말정산을 할 때 일부 공제혜택을 받을 수 있다. 세 박스 이상이면 택배수거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아침 식사를 끝낸 뒤에 시작한 물건정리와 포장은 잘 시간이 되어서야 끝이 났다. 물건을 꺼내고, 분류하고, 닦고 정돈하는 과정이 쉽지만은 않았다. 마음 같아서는 집안 살림을 모두 엎고 정말 필요한 것만 남기고 싶었지만, 같이 사는 사람들이 아직 마음의 준비가 안 됐다며 아우성을 쳐서 앞으로는 매년 조금씩 정리하기로 했다.한 번 정리를 하니 내가 정말로 애정을 가지고 사용하는 것들은 환하게 눈에 잘 띄었다. 비운다는 것은 소중한 것을 찾는 과정이었다.깔끔해진 방 바닥에 벌러덩 누워 천장을 바라보았다. 마음이 헛헛하기는 커녕 기쁨의 옹달샘에서 물이 졸졸 흐르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충만하다는 건 이런 느낌일까. 물건을 사는데도 돈이 들지만 이를 처분하는 데는 더 큰 시간과 정성이 들었다.물건에 대한 책임감을 가짐과 동시에 부담감도 느꼈다. 비워낼수록 가벼워진다. 당연한 사실이지만 우리 삶에 적용하기란 쉽지 않다. 짐을 끌어안고 놓지 않으면서 더 많은 것을 원하는 사람들이 참 많다. 무거운 새는 날지 못한다. 조금 덜 가지고, 조금 덜 사용하는 것이 오히려 자유로워지는 길임을 많은 이들이 경험해보았으면 좋겠다.  
2024-03-18 05:00:00오피니언

의대생이 생각하는 적정 의대증원 규모는…500명 이하

메디칼타임즈=이지현 기자현재 의과대학에 재학중인 의대생 상당수가 의대증원에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만약 의대증원이 현실화될 경우 집단행동에 나설 의향이 있다는 이들도 절반이 넘었다.메디칼타임즈는 지난 1월 29일부터 2월 2일까지 의대생신문 기자 26명을 대상으로 의과대학 정원확대를 주제로 설문을 진행했다. 설문에 응답한 의대생은 소수이지만, 의대생신문은 전국 의과대학 학생들이 참여하고 있다는 점에서 의대생들의 전국적인 여론을 짚어보는데 의미가 있다.먼저 정부가 추진하는 의대증원 정책에 대한 찬반을 묻는 질문에 의대생들은 1명을 제외한 25명이 '반대' 입장을 밝혔다.의대증원을 반대한다고 응답한 의대생 25명 중 17명은 반대 이유로 '정원을 확대해도 필수의료 인력이 늘지 않을 것 같아서'라고 답했다. 정부는 필수·지역의료 인력 확충 방안으로 의대증원을 추진하지만 현재 의과대학에 재학 중인 의대생들은 해당 정책의 실효성에 물음표를 제기한 셈이다.설문에 답한 의대생들은 의대증원과 필수의료인력 확충은 무관하다고 봤다. 이어 '교육의 질이 저하될 것 같아서' 혹은 '비급여 진료가 급증할 것 같아서' 의대증원을 반대한다는 의견도 일부 나왔다. 의대증원에 대한 정책효과도 의문이지만 현재까지 유지해온 의학교육의 질이 저하되거나 비급여 진료 증가 등 의료시장에 부작용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우려가 있었다.의대생들은 만약 정부가 의대증원을 강행할 경우 단체행동에 나설 것이라는 의지를 보이기도 했다.전체 응답자 26명 중 8명을 제외한 18명이 총파업에 참여할 생각이 있다고 답했다. 이어 단체행동에 참여할 의대증원 규모는 500명 이상~1000명 이하가 9명으로 가장 많았다. 다음으로 1000명~2000명이 6명으로 뒤를 이었다. 심지어 500명 이하 규모로 증원해도 단체행동에 나서겠다는 응답자도 2명 있었다.응답자 대부분이 2000명 이하 증원시 단체행동에 나설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한편 어떤 경우에도 파업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입장도 눈길을 끌었다. 일각에서 4자리수 규모 의대증원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설문에 응답한 의대생 상당수는 단체행동에 참여할 가능성이 높다는 결론이다.다만, 어떤 경우에도 파업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응답자도 5명 나왔다. 의대증원에는 반대하지만 단체행동에 대해서는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의대생도 일부 있는 것으로 보인다.실제로 설문에 답한 한 의대생은 "지난 2020년 단체행동 이후 크게 바뀌지 않는 것을 깨달은 일부 의대생들은 과거처럼 적극적이지 않을 것 같다"고 전했다.그렇다면 의대생이 생각하는 적절한 의대증원 규모는 어느정도일까.설문조사에 답한 26명 중 21명이 500명 이하라고 답했다. 4명은 500명 이상~1000명 이하라고 답했다. 1000명 이상~2000명 이하는 1명에 그쳤으며 2000명 이상은 단 한명도 없었다.의대생들이 생각하는 적절한 의대증원 규모는 500명 이하라는 답변이 가장 많았다. 설문에 답한 한 의대생은 "의대정원 확대는 필수의료 개선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없다"면서 "정치적인 계산보다는 실질적인 의료개선을 위한 정책이 나와야한다"고 전했다.또 다른 의대생은 "필수인력을 늘리고 싶다면 현재 해당 분야 의료인력이 왜 부족한지 이유를 찾고 해결하는 것이 급선무다. 무작정 인원만 늘린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고 부가의견을 내놓기도 했다.의대증원보다 필수의료 지원시 혜택을 늘리는 정책을 추진하고, 현재 비급여중심의 의료시장 개혁을 우선해달라는 요구도 나왔다.한편, 의대생 단체행동 관련해 신중론도 눈길을 끌었다.설문에 답한 한 의대생은 "앞서 집단 휴학에서 가장 타격을 입은 것은 당시의 학생들"이라며 "강력한 의사표시라는 효과를 노렸지만 미비하게 끝나버렸다"며 "위험하고 성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길은 지양했으면 한다"고 의견을 내놨다. 
2024-02-06 05:00:00병·의원

모두 함께 살아가기 위한 시민적 책무

메디칼타임즈=순천향대학교 본과 2학년 오준서 한 달 전 대만 여행을 갔을 때 몇 가지 감동 받은 장면들이 있었다. 지하철 광고에 함께 나오는 수어 통역, 공중화장실이라면 으레 딸린 휠체어 마크가 있는 성중립화장실(all gender restroom), 호텔 엘리베이터에 휠체어 마크와 함께 그 높이에 맞게 설치된 또 다른 버튼, 시내버스와 국립 도서관에 마련된 휠체어 전용 공간까지…저 장면들 중 단 하나도 보기 정말 어려웠던 나라에서 온 나는 경이로움을 느꼈다. 대만의 사회와 문화가 이방인을 환대하고 소수자를 보호한다는 사실은 익히 들어 알고 있었지만, 막연히 알고 있을 때와 그것을 실제로 목도할 때 느껴지는 감정은 분명히 다른 차원의 것이었다.화장실을 자유롭게 이용할 권리, 힘들이지 않고 엘리베이터 버튼을 누를 권리, 지하철 광고를 이해할 권리는 일상을 영위하는 데에 필요한 기본권의 일부이고, 비장애인이 누리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장애인에게도 당연히 주어져야 할 권리이다.장애인들은 노동, 이동권, 정보 접근 등 일상의 다양한 측면에서 차별을 받을 우려가 크다. 따라서 장애인이 삶의 영역에서 받는 차별을 시정하기 위한 노력은 시민 공동체를 이루는 모든 구성원의 의무로서 요구된다.사회가 장애인의 권리를 보장하려고 노력하고 있다는 신호를 일상의 수준에서 감각할 수 있게 하는 것은 장애인이 비장애인과 동등한 권리를 가진 시민이라는 인권의 대원칙을 실현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 이는 사회를 구성하는 모든 시민에게 사회로부터 배제되지 않으리라는 믿음을 주어 사회적 신뢰를 강화하는 데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대만의 장애인 인권 정책을 심도 있게 공부해 본 적은 없지만, 일상에서 감각하는 신호만으로도 한국보다 인권에 있어 많은 진보를 이룩한 나라라는 것을 충분히 알 수 있었다.2023년 6월 서울시는 최중증장애인 대상 권리중심형 공공일자리의 업무에서 '권익옹호활동'을 제외했다. 장애인 권리 보장을 모니터링하는 정책의 취지에 대한 무력화가 아니냐는 각계의 비판이 제기되었다.권리중심형 공공일자리에 대한 개념을 처음 들은 것은 재작년 여름 장애인 인권 관련 어느 간담회에서였는데, 그때 들었던 '권리를 생산한다'는 개념이 익숙하지 않아 나중에 개념에 대해 따로 찾아보았던 기억이 난다. 사실 언어가 익숙하지 않았을 뿐, 조금만 생각하면 간단한 것이었다. 시장에서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는 것만 반드시 노동으로 인정되지는 않는다.공무원, 시민단체 활동가 등 공익에 기여하는 많은 활동이 노동으로 인정받는다. 이것 역시 그런 개념으로 생각하면 쉽게 이해된다. 다만 그중 장애인 권리 보장에 기여하는 일자리의 기회 중 일부를 노동할 기회에서 소외되기 쉬운 최중증장애인들에게 최우선으로 부여한다는 것이다.서울시가 권리중심 공공일자리의 업무를 권익옹호에서 서비스업으로 바꾸기 전까지 권리중심 공공일자리의 3대 직무는 권익옹호, 인식개선교육, 문화예술 등이었다. 이는 2008년 대한민국이 비준한 유엔의 장애인의 권리에 관한 협약 내용을 지키는 것이다. 권리중심 공공일자리의 업무가 사실 정부기관의 업무에 속하는 일이기도 하다는 의미이다.장애인 이동권 운동에서 중요한 축을 담당하던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의 의제는 하나 더 늘었다. 권리중심 공공일자리 최중증장애인 노동자들의 노동권 보장이다. 최중증장애인들이 노동 기회 부여에 있어서 무수히 많은 제도적·문화적 차별에 부딪히리라는 것은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이들이 노동권을 보장받고 인권 옹호 활동에 종사하며 권리 보장에 기여하는 것은 그 자체로 공공선에 한 걸음 더 가까워지는 일이다. 작년 여름 중증장애인 최초로 아쿠타가와 상을 수상한 작가 이치카와 사오는 수상 소감에서  "왜 2023년이 되어서야 중증장애인이 수상하게 되었는지 모두 생각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라고 밝혔다. 아쿠타가와 상 수상작으로 이치카와 사오의 '헌치백'이 선정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바로 찾아서 읽었다.'헌치백'은 근세관성 근병증(myotubular myopathy)를 가진 중증 장애인인 주인공의 임신과 중절에 대한 욕망을 다룬 서사이다. 중증 장애인 당사자이기도 한 저자의 자전적 성격도 일부 갖고 있는 이 소설은 장애인을 차별하는 사회를 비웃듯 서사의 파격성으로 보답한다.개인적으로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소설 중에서 주인공이 독서 환경에서 장애인이 부딪히는 장벽을 언급하면서 '일본 사회에서는 애초에 장애인은 없는 것으로 보기 때문에 그런 적극적인 배려는 없다'고 표현한 부분이다.일본도 장애인들이 겪는 차별에 있어서 한국의 현실과 상당 부분을 공유한다고 알고 있었는데, 소설에서 이와 같은 문제의식이 드러나는 데 이러한 사실도 영향을 미쳤으리라. 이 밖에도 장애인의 섹슈얼리티, 계급성 등 소설이 다루고 있는 지점은 다양하다.대만 여행, 서울시의 장애인 일자리 정책, 소설 '헌치백'의 아쿠타가와 상 수상. 얼핏 크게 관련 없는 사건들이지만 대만, 한국, 일본 세 나라에서 장애인의 권리가 얼마나 보장되고 있는지 생각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사건들이라는 점에서 공통점을 갖는다.장애인은 인류의 긴 역사 속에서 오랫동안 탄압받아 왔던 집단들 중 하나이고, 그렇기 때문에 장애인이 사회에서 비장애인과 동등한 권리를 보장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은 중요한 과제이다. 우리 사회가 모두에게 살기 좋은 사회가 되려면, 사회 구성원들이 스스로에게 자문해 보아야 한다. 우리 모두가 과연 평등하게 자유로운가?만약 그렇지 않다면, 권리를 평등하게 보장받지 못하는 사람이 권리를 온전히 보장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그것은 어떤 시혜나 자선으로서 수행되는 것이 아니고, 다만 동료 시민에게 요구되는 시민적 책무인 것이다.
2024-01-29 05:00:00오피니언

빠리(Paris)는 예술과 낭만으로 가득하겠지

메디칼타임즈=경상국립대학교 본과 1학년 박성연 "파리 증후군이라는 말 알아?"지난겨울, 유로스타를 타고 런던에서 파리로 넘어오던 날이다. 기차가 지연돼 자정이 다돼서야 파리 북역에 도착했다. 한껏 부푼 마음으로 역 밖을 나왔다.'희미한 가로등, 구정물 가득한 웅덩이, 쓰레기 더미들, 밀착해서 다가오는 위협적인 모습의 흑인, 노상 방뇨를 하는 사람들, 화려한 네온사인의 유흥업소들' 내게 첫 파리는 이렇게 다가왔다. 잔뜩 긴장한 채 숙소로 가는 길에 같이 여행하던 오빠와 이야기를 나눴다."오빠, 오빠는 가장 기대했던 여행지가 어디야? 나는 파리였거든. 사랑과 낭만 가득한 파리의 밤을 아주 어릴 적부터 그려왔어. 그런데 웬걸? 내가 상상했던 모습과는 너무 다르잖아!"라며 투덜거렸다."너 파리 증후군이라는 말 알아? 젊고 부유한 일본인 여성들한테 주로 나타나는데, 그들이 그려왔던 파리의 모습이 현실과는 너무 달라서 망상, 현기증으로 증상이 나타나는 병인데 실제로 있어. 찾아봐! "오빠가 말했다.내가 가졌던 파리에 대한 환상이 걱정으로 바뀌는 순간이었다. 중학교 2학년 때 "나는 빠리의 택시 운전사(홍세화)"를 읽고 책 속에서 그려진 빠리는 내게 너무나도 매력적으로 다가왔다.그토록 개성이 강한 빠리지앵들이 모여 사는데도 서로의 모습을 존중하고, 조화롭게 살아가는 모습이 궁금했다. 파리 사람들 속에 녹아있는 똘레랑스와 여유, 그리고 문화에 대한 자부심에 대한 막연한 동경이 내 가슴 어딘가에 자리 잡기 시작했다.한껏 부푼 어린 마음은 파리 입성 신고식을 치르고는 빠르게 식어갔고, 차가웠던 공기 속에서 왠지 모를 불안함에 압도당한 채 그 겨울밤을 보냈다. 걱정을 한가득 안고 무작정 호텔 밖으로 나와 걸었다. 파리의 겨울 공기는 시리다.온종일 흐리고 비가 흩뿌리며 스산함이 온몸을 감싸기 일쑤다. 흩날리는 비를 고스란히 맞으며 비하켐 다리로 향했다. 영화 '인셉션’의 배경이자, 가장 예쁜 에펠탑을 볼 수 있는 곳으로 유명한 곳. 흐린 하늘, 자욱한 안개, 뼈만 남은 앙상한 나무들 사이로 보였던 에펠은 정말이지 흉물이었다. 이 실망감도 여행의 일부이겠지. 실망감을 부정하고 싶지 않았다.이 우울감을 온몸으로 마주한 채 오랑주리로 향했다. 버스에서 한 소녀가 말을 걸어왔다. "Excuse me. Do you know the way to Orangerie?" 마침 그곳으로 가고 있었던 터라 동행하기로 했다. 세계적인 미술관답게 아침 이른 시간이었음에도 관광객들의 행렬이 이어지고 있었다.그렇게 한참을 기다리며 그 까무잡잡한 피부에 맑은 동그란 눈을 가졌던 소녀와 스몰 토크를 나누었다. 나이, 국적, 취미 등을 나눴다. 그리고 서로 학생이라고 하며 전공을 물어봤다. '파키스탄 의대생’이라고 했다.졸업을 앞두고, 인턴 수련을 하기 전에 짬을 내서 여행을 왔단다. 이런 우연이! 같은 목표, 같은 공부를 하는 또래 친구라 정말 빠르게 친해졌다. 그렇게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며 함께 미술관을 둘러보고 이메일을 주고받은 후 다음을 기약하며 아쉬운 이별을 했다.오랑주리를 뒤로 하고, 골목골목을 걸었다. 고풍스러운 상앗빛 오스만 양식의 건물들이 즐비한 거리. 그 사이로 밀려오는 고소한 빵 굽는 냄새. 달콤한 유혹에 이끌려 커피 한잔과 버터 풍미 가득한 크루아상을 들고 테라스에 앉아서 여유를 즐겼다.빠알간 머플러를 한 할아버지와 같은 색의 빨간 베레모를 쓴 백발의 할머니가 손을 꼭 잡고 느긋하게 걷는다. 고운 미소를 지은 할아버지는 거리의 한 꽃집 앞에 멈추어 선다. 아직 덜 핀 노오란 튤립 몇 송이를 신문지에 곱게 싸서는 할머니에게 쥐여준다. 영화에서 튀어나온 것 같은 장면이었다. 내가 상상하던 빠리 그 자체였다.절로 미소 지으며 그 아름다움을 가슴속에 새겼다. 그 후 노을이 질 때쯤 센강에서 바토무슈를 타고 봤던 에펠은 감동 그 자체였다. 정각마다 화려한 빛으로 파리의 밤하늘을 수놓던 에펠. 수많은 사람 속에서 넋을 놓고 바라본 밤의 화이트 에펠은 정녕 낭만의 도시, 빛의 도시파리였다.요새도 힘에 부칠 때면 지난겨울 파리를 떠올린다. 사진들을 들여다볼 때면 그때의 공기가 떠올라 추억에 잠긴다. 누군가 말했다. "여행의 목적은 다른 게 아니라 환상을 없애는 것"이라고.그렇다. 처음 마주했던 파리는 내 오랜 꿈속에서의 모습과는 많이 괴리되어 있었다. 그 괴리와 낯섦으로 힘들어했던 순간들도 있었다. 하지만, 모든 것은 그 두려움을 이길 만큼 낭만적이었다. 정돈되지 않은 자유분방함, 무언가 모를 무질서 속에서 느껴지던 예술감. 정형화되어있지 않은 그날 것 그대로의 느낌이 참 좋았다.'프랑스 사람들은 자국의 문화에 대한 자부심과 콧대가 높아 불어를 못하면 불친절하게 대한다'는 소문들을 듣고 걱정했던 나 자신이 무색해질 만큼 파리 사람들의 친절함에 감동하기도 했다.나비고를 사지 못해서 끙끙대던 내게 도움의 손길을 내밀었던 젊은 프랑스 청년, "Merci" 하며 웃어주는 게 습관화되어있는 따뜻했던 그들의 모습에 감동하던 며칠을 보냈다. 우연히 마주한 순간들, 스치듯 만났던 인연들 속에서 느낄 수 있었던 따스함이 사무치게 좋았다.드넓은 세상을 누비며 여행할 때면 참 느끼는 것들이 많다. 혼자만의 시간을 온전히 즐길 수 있는 여행이 참 좋다. 짧은 순간들이지만, 창밖의 풍경들을 보면서 생각을 정리하고, 감성에 흠뻑 젖을 수 있는 그런 순간들. 좋아하는 잔잔한 노래를 들으며, 가사를 음미하고, 그 감정을 온전히 즐길 수 있는 순간들이 항상 기억에 오래도록 남는다.그 순간의 냄새, 노래, 풍경들을 떠올릴 때면 그때 그 시절의 내가 떠오르는 순간이 많아 애틋한 감정들이 물밀듯이 밀려온다. 이런 감정들을 섬세하게 기록하면서 혼자 여행해 보고 싶다는 생각들이 요새 자꾸 든다.일기장, 메모장을 하나 가방에 넣어두고 이곳저곳을 다니며 글을 쓰고, 읽으며 며칠을 고민하며 보내는 나날들이 좋다. 머지않아 이런 선물 같은 기회를 잡을 수 있길 소원한다. 이번 겨울, 그 자유로움과 낭만을 담뿍 느끼러 또 한 번 빠리로 떠난다.
2024-01-02 05:30:00오피니언

병원에서 쓰는 환자의 진료기록, 그 주인은?

메디칼타임즈=이화여자대학교 본과 3학년 하보경 병원에서는 환자의 질병 경과를 기록할 뿐 아니라, 과거력을 포함한 환자의 여러 정보가 기술된 전자의무기록을 사용하고 있다. 이곳에는 환자의 주소, 현 병력, 진단 및 치료 내용과 함께 의료행위를 진료받은 사람의 주소, 연령, 인적사항 등이 함께 기록되어 있다.이렇게 의사가 환자의 진료기록을 열람하고 환자가 제공한 개인정보를 보는 것은 의료법상 이러한 기록을 보고 그 지식에 따라 환자의 병을 감별진단하거나 후에 계획을 세우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그러나 때로는, 환자의 개인정보가 함께 담겨있을 뿐 아니라, 이에 대한 의사의 생각과 소견이 담겨있기도 하므로 의사의 개인 소견이 담긴 기록이라는 의견도 제시되고 있다. 그 외에 환자의 개인정보가 너무 과하게 노출될 경우 이 또한 윤리적인 충돌을 유발하기도 한다.그렇다면 의료 서비스를 제공받는 환자의 전자 진료 기록의 주인은 누구라고 할 수 있을까?전자의무기록은, 종이차트로 관리되던 의무기록을 정보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전산화한 의료정보시스템이다. 현행법은 이러한 진료 기록에 대해 특별한 법적 보호를 하고 있고, 의료법도 이 진료기록에 대한 범위를 명백히 규정하고 있다.의료법 제21조 1항은 환자가 본인에 관한 기록의 전부 또는 일부에 대한 열람이나 사본 발급 등 내용의 확인을 요청할 수 있도록 하고, 제21조 2항에서는 의료인에게 환자가 아닌 다른 사람에게 환자에 관한 기록을 열람하게 하거나 그 사본을 내주는 등 내용을 확인할 수 없도록 하는 기록 열람 금지 의무를 보장하고 있다.이러한 법의 규정을 어길 경우, 이는 의료 기관에서 발생할 수 있는 정보윤리 문제가 발생할 수 있고, 이는 환자와 의사 간의 신뢰도 무너뜨리는 일이다.이러한 법이 보호하고 있는 전자의무기록은 개인정보주체인 환자의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이라는 맥락에서 환자의 소유권이라고 주장하는 의견들이 많다. 진료기록이나 그 속에 담긴 정보들의 주체는 환자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무조건적으로 이 진료기록이 환자의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비약이 있다.진료기록에 담긴 의료정보들이 환자와 의료인이 공유하는 부분도 많으며 진료기록에 담긴 정보의 경우, 환자의 개인정보도 물론 있으나, 그를 보고 내린 의사의 결정과 의사의 지식을 토대로 작성한 의견들이 함께 기술되어 있기 때문이다.특히 의료법 제22조 1항에서 규정하는 바에 따르면, 의료인에게는 진료기록을 상세히 기술해야 한다는 의무가 있는데, 진료기록에는 환자의 단순한 개인정보나 진단 검사 수치 등에 대한 정보 외에, 그에 대한 의료인의 판단과 의견도 기록하도록 되어 있다.즉, 진료기록에는 환자의 개인정보나 인적 사항에 더하여 의료서비스를 행하는 주체인 의료인의 지식으로 인해 새롭게 작성된 의견과 정보들이 포함되어 있으며, 최소한 이 부분만큼은 의료인이 주체가 되어야 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더욱이, 이러한 진료기록은 환자에게만 유용한 정보가 아니다. 물론 환자의 상태와 치료 경과를 기술하여 이 기록을 후에 환자에게 보여주고 설명해 줄 수 있는 목적도 있지만, 혹시 이 환자가 전출되거나 다른 병원으로 옮겨갈 경우, 그때 환자가 적절한 의료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도록 다른 의료종사자에게 도움이 되는 정보도 기술되어 있다.그러므로, 진료기록은 의료종사자 간의 소통하는 역할도 하는 셈이다. 이는 의료행위가 종료된 이후에도 의료행위가 적절했는지 판단하는 지표로 사용되기도 한다.위에서 설명하였듯, 진료기록 정보는 정보주체인 환자의 소유권뿐 아니라, 이 환자를 담당하거나 치료하는 의료인의 의견도 다량 함유되어 있다는 점에서 누구 한 사람의 특정 소유권이라고 규정하는 것은 진료기록의 다양한 역할을 고려하지 않고 속단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환자 개인정보를 보호하면서 다른 곳으로 유출하지 않는 법의 규정처럼, 이러한 진료기록을 생성하고 관리하는 의료기관이나 의료인의 역할과 권리도 어느 정도 고려해야 할 것이다. 
2023-12-18 05:00:00오피니언

올해 가장 잘한 일 '비건'

메디칼타임즈=경희대학교 의과대학 류한정 비건(vegan)은 카데바 실습 중 나에게 찾아왔다. 모든 의과대학 학생들은 학생때 한 번쯤 포르말린 용액으로 보존처리된 시신을 해부하며 해부학적 구조를 공부하는 '카데바 실습'을 하게 된다.우리 학교의 경우 본과 1학년 1학기 중순에 시작하여 약 2주간 진행되었다. 즉, 아침 9시부터 시작해 점심시간 한 시간을 제외하고는 하루종일 카데바를 들여다보며 인체 구조를 공부하는 것이다.실습은 매우 흥미로웠고 어디서도 경험할 수 없는 많은 지식을 배울 수 있었지만 별개로 나는 점점 밥을 먹을 수 없게 되었다. 가장 큰 문제는 어디서든 진동하는 포르말린 냄새 때문에 입맛이 사라졌기 때문이었다.둘째로는 그 덕분에 내가 먹는 모든 것들을 '의식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항상 생각 없이 입에 집어넣었던 맛있는 음식들을 찬찬히 들여다보니 보이지 않던 것들이 객관적으로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예를 들어 순두부찌개에는 순두부와 잘게 썰어놓은 야채, 양념뿐만 아니라 축 처진 작은 새우들, 다져진 고기, 돼지기름 등이 국물 속에 섞여 있었다. 이런 세심한 관찰을 통해 음식을 바라보니 모든 것이 이질적으로 느껴졌고, 겨우 쌀밥을 먹거나 야채 몇 조각을 먹을 수 있을 뿐이었다.당시에는 몰아치는 실습 속에서 틈틈이 등장하는 식사시간마다 혼란스러운 죄책감이 들어서 복잡했다. 감히 고기가 시신의 근육조직과 비슷하다고 생각한 스스로를 불경스럽다고 느끼기도 했는데 어쨌든 음식들은 전혀 내 식욕을 돋구지 못했다. 그리고 음식들을 그저 바라보며 내가 지금 무엇을 하는 건지, 무엇을 해야 할지 쉬이 결단을 내리지 못했다.밥을 못 먹어 시름시름 해지다 보니 대책을 세워야겠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현재 내가 그나마 먹을 수 있는 것들을 생각해보니 대체로 깔끔한 맛을 내는 채소류였고, 식사를 채소류로 채우기 시작했다.이 과정에서 채식주의와 비거니즘에 대해 알게 되었고 여러 비건 서적과 다큐멘터리를 섭렵하였다. 살면서 이름만 들어보았지 전혀 신경쓰지 않은 분야였는데 검색하면 할수록 의외로 스스로의 자리에서 조용히 채식을 실천하고 계신 분들이 참 많았고 심지어 채식하는 보디빌더도 존재했다. 그 방대한 양에 놀라 나는 한참 그 체계와 정의 같은 것들을 찾아봤다.내 인생에 새로 찾아온 신념을 받아들이고 정립해나가는 과정은 우당탕탕 좌충우돌 그 자체였다. 처음에는 완벽해야 한다는 생각에 100% 채식 식단이 아니면 먹지 않아 쫄쫄 굶을 때도 있었다.그러나 지금 내 상황에서 콩을 삶아 먹는 등의 식물성 단백질 섭취는 어렵다는 판단이 들어서 달걀과 닭고기, 일부 해산물까지는 허용하고 유제품, 날생선, 소고기, 돼지고기 등은 먹지 않는 기준을 세워 비건을 지향하는 중이다. 지금도 나는 배우는 중이며 앞으로도 시행착오를 거치며 가장 내 몸과 마음에 편안한 채식 식사는 무엇인지 찾아갈 예정이다.채식을 시작한 뒤로 동물권이나 환경에 대한 관심도 지대해져서 내가 의도치 않게 일상적으로 해를 끼치고 있는 여러 요소를 알게 되었다. 하지만 모든 것을 고려하는 것은 불가능하므로 현재 나의 자리에서 할 수 있는 만큼 실천하려고 한다. 예를 들어 인조모피 대신 가죽모피를 입고, 식당에서는 일회용기 대신 다회용기를 사용해 음식을 포장해온다.실습이 끝나고 6개월 정도가 지난 지금, 고기를 보자마자 실습의 기억이 생생하게 떠오르는 단계는 지났지만, 이제는 내 '의지로' 고기를 지양하게 되었다.예전에는 단순히 눈에 보이는 덩어리와 맛, 향에서 내가 기피하는 것을 골라내는 것에 집중했다면 이제는 뒤에 써진 영양성분표와 구성 재료들을 보면서 보이지 않는 유제품 등이 포함된 것은 아닌지 꼭 확인하는 버릇이 생겼다.식사할 때마다 신념을 지킨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지만, 이를 지킬 때마다 느껴지는 안도감과 몸을 감싸는 충족감은 새로운 행복을 가져다주었다. 내년에는 더 많은 사람이 매력적인 비건의 맛을 경험하며 더 큰 자유와 행복을 경험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다.  
2023-11-20 05:00:00오피니언

멘토링, 서로의 성장을 위하여

메디칼타임즈=이은수 학생(울산의대) '한 사람의 인생을 이끌어 주는 지도자', '현명하고 신뢰할 수 있는 상담 상대', '경험과 지식을 바탕으로 다른 사람을 지도하고 조언해 주는 사람'…인터넷에 '멘토'를 검색했을 때 나오는 개념들이다. 누군가의 인생을 지도해 주고, 상담해 주고, 조언해 준다니. 고작 스물두 살의 대학생이 하기에는 너무 엄청난 일 아닌가. 처음 학교에서 진행하는 멘토링 프로그램을 알게 되었을 때 든 생각이었다. 과연 내가, 아니, 나 따위가 해도 되는 것일까?멘토라는 말은 그 역사가 깊다. 무려 기원전의 일로 기록된 그리스 신화에서 처음 등장하기 때문이다. 고대 그리스 이타카 왕국의 오디세우스 왕은 트로이 전쟁에 참전하기 위해 고국을 떠나면서 자신의 아들인 텔레마코스를 친구에게 부탁했다. 이후 오디세우스가 돌아오는 데까지 걸린 20년 동안 그는 텔레마코스의 친구이자 스승, 그리고 어떨 때는 아버지의 역할까지 하며 그의 성장을 돕는다. 이 친구의 이름인 '멘토(Mentor)'에서 현대의 멘토 개념이 파생되었다.이러한 어원을 알고 있었기에 '멘토링'이라는 활동은 큰 책임과 부담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었다. 학교에서 진행하는 프로그램은 본과 1학년인 필자와 예과 2학년인 후배를 매칭시켜 대략 한 학기 정도 되는 기간에 멘토링을 하는 것이었다. 예과 2년 동안 최선을 다해 놀기 바빴고, 본과에 진학해 이제 겨우 의대 공부를 어떻게 해야 할지 감을 잡는 중인 내가 해도 되는 것일지 의문이 앞섰다.이러한 의문과 자기불신에도 불구하고 필자의 멘토링은 결국 해피엔딩이었다. 예과 2학년의 착하고 성실한 후배님과 매칭이 되었고 공식적인 멘토링 기간이 끝난 지금에도 간간이 연락을 이어가고 있다. 스스로 사소하다고 생각했던 기억이나 기록들은 생각보다 도움이 되었으며 못난 멘토의 부족한 조언에도 멘티 후배는 감사인사를 아끼지 않았다. 이 자리를 빌려 멘토링을 함께해준 후배님에게도 다시 한 번 진정한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멘토링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가장 많이 든 생각은 정말 참여하길 잘했다는 것이었다. 기본적으로 멘토는 멘티에게 조언과 상담을 해주는 입장이지만 관계를 이어 나갈수록 오히려 더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 무언가 도움이 되는 말을 해주기 위해서는 본인이 어떻게 공부하고 생활했는지를 돌이켜봐야 한다. 그러다 보면 본인의 공부방식에서 득과 실이 더욱 선명하게 보이고 어떤 점을 고치고 어떤 점을 강화해야 할지 알게 된다. 이는 비단 공부 방식뿐만이 아니라 생활 전반에서도 마찬가지이며 결국은 멘티에게 조언을 해주면서 본인에 대해 더욱 잘 알게 되는 상부상조의 결과로 이어진다. 게다가 이런 배움만이 아니더라도 같은 길을 걷는 예비의료인으로서 친한 후배가 생기고 후배들이 어떻게 생활하는지 알게 되는 것은 당연한 기쁨 아니겠는가.교학상장(敎學相長). 배우고 가르치며 서로가 성장한다는 뜻이다. 그야말로 이상적인 사제 관계라고 할 수 있겠다. 정확히 선생과 제자의 관계는 아니지만 의대생들의 멘토링도 이와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더 먼저 경험해 본 멘토가 멘티에게 자신의 경험과 공부방식, 생활방식을 기반으로 조언을 해주고, 멘티는 조언을 바탕으로 스스로를 발전시킨다. 이 과정에서 멘토는 스스로를 돌아볼 수 있고, 멘티는 궁금한 점이 생길 때마다 물어볼 수 있는 조언자가 생긴다. 서로의 성장이 보일 때마다 느껴지는 보람과 선후배 간의 친목 도모는 기본이고 말이다.혹시나 이 글을 읽고 멘토링에 지원할까 고민하는 의대생분들이 있다면 멘토든 멘티든 좋은 경험이 될 거라고 말하고 싶다. 필자가 그러했듯 앞으로 더욱 많은 의대생들이 멘토링을 통해 서로 도우며 성장하는 의료인이 되기를 감히 소망해본다. 
2023-10-30 05:00:00오피니언

조별 실습, 학생의사의 아름다운 동행

메디칼타임즈=박수연 학생(연세원주의대) 대부분의 의과대학생이 의학과 3학년 때 임하게 되는 임상의학실습은 조 단위로 이루어진다. 짧게는 1년에서 2년까지 이루어지는 조별 활동에 참여하면서 학생들은 그 전까지 서로 공부를 하거나 동아리 활동에 임하면서는 미처 몰랐던 서로의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개인이 정보를 습득하고 공유해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이 전체적인 팀의 활동과 성과에 영향을 준다는 특성은 이전까지의 커리큘럼에서는 미처 경험해보지 못했던 부류의 것으로 앞으로 평생 동안 지속될 협업이라는 '동행'을 엿보는 예고편과도 같다.의예과, 의학과를 거치며 수행했던 지난 조별 활동과 특히 다르다고 느꼈던 지점은 바로 인수인계였다. 각 조는 해당 과의 실습을 마치고 나면 다음 조에게 연락 방법, 일정, 장소, 환자 파악 방법, 발표 준비와 관련해 실습을 돌면서 알게 된 정보를 인계하고, 다가오는 실습에 앞서 이전 조에게 인수인계를 받는다. 누적되는 인계 사항을 숙지함으로써 앞서 돌았던 조의 실수를 타산지석으로 삼는 한편, 전에 돌았던 사람들의 팁을 얻음으로써 효과적으로 목표를 달성하는 것이 가능해진다.인수인계의 본질은 각 조뿐 아니라 학년 전체를 하나의 동료의식으로 묶어주는 데에 있다. 비록 자신은 목표치에 미달했을지라도 그 다음에 올 누군가가 이전보다 나은 태도를 유지하고 이전보다 좋은 성과를 내도록 성심성의껏 도와줌으로써 조직 전체의 성장을 도모하는 까닭이다. 실습을 거쳐 수련의가 되었을 때에도, 이후 전문의가 되어 자문을 제공하고 협진을 할 때에도 계속될 이러한 의사소통 방식은 뒤에 오는 사람을 끌어당겨 주는 사슬이 반복되어 하나의 원이 보다 팽팽하고 조밀하게 짜여지는 동행(同行)과 닮아 있다. 그런 점에서 나는 조별 실습을 감히 '학생의사의 아름다운 동행'이라고 부르고 싶다.누군가와 함께 길을 걸어가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 조별 활동을 지속하다 보면 동일한 과업을 수행하는 조 내에서뿐 아니라 인수인계를 해 주는 다른 조 사이에서도 불가피하게 크고 작은 갈등이 발생하게 된다. 그리고 그 갈등에 대처하는 과정에서 이전까지는 보지 못했던 친구의 모습뿐 아니라 자신의 민낯을 발견하게 된다. 상황의 밖에서는 슬기롭게 대처할 수 있을 것처럼 여겼던 스스로가 감정적이고 비합리적으로 행동했을 때 나는 스스로에게 참 많이 실망하곤 했다. 학기의 막바지에 다다라서야 깨달았던 것은 잘잘못이 분명한 일일지라도 결국 우리는 계속 동행을 이어나갈 서로에게 너그러워질 필요가 있다는 점이었다.신뢰를 주는 사람이 되기는 아주 어려운 일인 반면 그렇지 못한 타인에 대한 비난은 아주 손쉬운 일이다. 스스로에게 엄격해지기 위해서는 아주 많은 노력을 기울여서 기준을 바로 세워야 하고, 그 중심이 오랜 시간 동안 지켜졌을 때 비로소 타인에게도 믿음을 줄 수 있다. 그러나 시간과 노력을 수고스럽게 투입하는 일보다는 당장 그러지 않는 타인을 비난함으로써 나는 그러지 않는 사람인 것처럼 가장하는 일이 보다 빠르게 안도감을 얻게 해준다. 덤으로 실제로 내가 그러한 사람인지 아닌지 여부를 떠나 믿음을 주는 사람의 이미지를 아주 손쉽게 형성해 주기도 한다.의료윤리학에서는 의사가 동료의료인과의 관계에서 지켜야 할 원칙과, 동료의사의 잘못을 인지하였을 때의 행동원칙, 그리고 동료와의 관계에서 바람직한 태도를 명시하고 있다. 동료의사가 직무 수행에 있어 문제를 일으킨다면 우선 본인과 대화를 시도하여 의견을 제시하고, 동료는 이를 열린 자세(open mind)로 경청해 원인을 파악해야 한다. 그래도 해결되지 않는다면 그때 평가 권한을 가진 상급자에게 보고하고, 상급자는 원인을 파악하고 교정과 교육을 위한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문제가 발생하지 않는 것은 불가능하므로 문제에 직면했을 때 합리적 처리 능력을 가진 조직이 건전하다고 볼 수 있다는 점에서 피드백의 건전성은 매우 중요하다. 그리고 이러한 피드백이 평가 권한을 가진 상급자가 아닌 본인에게 먼저 제시되어야 한다는 점은 타인을 단죄하기보다는 그에게 기회를 부여해야 함을 시사한다. 이는 인간관계의 상호 스트레스를 줄이고 긴장감을 해소함으로써 근본적으로 문제를 해결, 일의 효율을 높이고 환자와의 동행에 있어 더 신뢰할 수 있는 의사가 되기 위함이다.
2023-10-23 05:00:00오피니언

여러분의 '우림'과 '둠밈'은 무엇입니까?

메디칼타임즈=조우영 학생(울산의대) 방학을 맞아 한국에 온 친구가 미국으로 돌아가기 전 책 하나를 건냈습니다. 새로운 도전을 하고 싶지만 동시에 겁이 많은 저를 알고는 도움이 될 거라며 파울로 코엘료의 '연금술사'를 손에 쥐어 주었죠. 당장 오늘 할 일에만 급급했던 저에게 미지의 길, 계절의 변화는 그저 스쳐 지나가는 남들의 전유물로 여겨졌습니다."문제는 양들이 새로운 길에 관심이 없다는 거야. 양들은 목초지가 바뀌는 것이나 계절이 오는 것도 알아차리지 못하지. 저놈들은 그저 물과 먹이를 찾는 일 밖에 몰라" (연금술사 중)연금술사의 주인공은 산티아고라는 청년으로 양을 치는 목동입니다. 더 넓은 세상을 보기 위해 목동이 된 산티아고는 늙은 왕을 만난 후 이집트로 보물을 찾아 떠납니다. 한 청년이 모험을 떠나는 성장 스토리를 통해서 저도 세상을 탐험할 용기를 얻을 수 있겠다고 기대했던 것과는 달리 책을 읽는 내내 이상한 물건이 눈에 밟혔습니다. 늙은 왕이 산티아고에게 건준 '우림과 둠밈'이었습니다.우림과 둠밈은 여행자가 갈림길을 마주했을 때, 주사위처럼 던지면 어떤 길이 맞는지 명쾌한 해답을 알려주는 물건이었습니다. 찾아보니 우림과 둠밈은 성경에서 제사장이 하나님의 뜻을 물을 때 사용했던 제비였습니다. 내가 가는 길이 옳은 길인지, 내가 걸어온 길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 알려주는 물건이 있다면 여러분은 지금보다 조금 더 당당히, 조금 더 안전하게 삶을 계획할 수 있으실 것 같나요?사람들은 삶에서 일어나는 사건들을 각자의 시선으로 바라봅니다. 양치기 산티아고도 긴 여정 도중 일어나는 사건들에 자신만의 의미를 부여하죠. 산티아고는 현재 닥친 시련들도 결국 자아의 신화를 이뤄가는 과정(책에서는 보물을 찾는 과정을 뜻합니다)의 일부이고 자신은 신의 큰 섭리 안에 있다고 믿습니다.사람은 무언가에 미쳐 있지 않으면 살 수 없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자신을 지탱해주는 믿음을 누구나 하나씩은 가지고 있다는 뜻이죠. 인간은 자신만의 사고체계로 세상을 경험하고, 세계관을 수정해갑니다. 감명 깊게 보았던 영화 속 대사, 감동적인 누군가의 조언이 한 사람에게 닿았을 때 그 사람의 세계관은 수정되고 보완된다고 생각합니다. 이로써 앞으로 경험할 사건들을 해석하는 틀이 마련되죠.예를 들어 운명론자는 해석의 틀이 운명입니다. 모든 순간 운명이 자신에게 미소 짓지는 않을지언정 결국 자아의 신화를 이루는 과정에서 우주는 자신의 편이라고 믿습니다. 이들에게 우림과 둠밈은 세상을 운영하는 정해진 질서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나는 나를 믿는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지금까지의 경험이 나를 만들었고, 세상과 부딪히는 경험을 통해 자아실현을 이루어 간다고 말합니다. 이들에게 있어 우림과 둠밈은 곧 자기 자신이죠.하지만 사람마다 해석의 틀은 다르기에 누군가의 해석이 다른 사람에게는 자기 합리화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 자기 마음대로 좋은 의미를 갖다 붙이며 자기 위안을 하고 있다고 여길 수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만약 이 세상에 진리가 있고, 그 진리에 바탕을 둔 세계관이 아니라면 결국 인간의 해석은 시시각각 바뀔 수밖에 없을 겁니다. 책에서 보물을 찾아 나선 산티아고도 여행 도중 시작한 사업이 번창하기 시작하자 보물을 찾는 여행 대신 돈을 많이 버는 것이 자기 삶의 목표라고 여깁니다.초심을 잃고 자기만의 해석을 덧붙이기 시작하자 산티아고는 원래 꿈꿔왔던 삶의 모습과는 멀어지는 자신을 발견하게 됩니다. 이처럼 외부에서 부여 받은 변하지 않는 목표(늙은 왕을 통해 보물을 찾아 자아실현을 하라는 것)가 아닌 내가 기준이 되어 해석하는 삶은 때때로 우리를 방황하게 만드는 경우가 있는 것 같습니다. 물론 진리는 존재하지 않고, 각자가 해석하고 결정하는 것이 정답이라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계십니다. 무엇이든 각자만의 신념에 따라 결정하며 살아가는 것이니까요. 여러분의 우림과 둠밈은 여러분 자신입니까? 아니면 여러분 바깥에 있습니까? 여러분의 우림과 둠밈은 얼마나 단단하며 신뢰할 만합니까?지치는 하루를 보낼 때 해석의 틀을 가지고 있는 사람과 그렇지 않는 사람의 스트레스 대처 능력에는 차이가 난다고 생각합니다. 왜 내가 이런 시련을 겪고 있는지, 이 시련이 나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 지를 안다면 고난의 터널을 지날 때 끝을 바라보며, 아니 상상이라도 해보며 한 발자국 한 발자국 내디딜 수 있지 않을까요? 사람을 힘들게 하는 것은 그냥 고통이 아니라 이유 없는 고통이라고 합니다. 인생의 터널을 지나고 있을 때 여러분만의 우림과 둠밈으로 그 시간에 아름다운 의미를 부여해볼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그대가 여행길에서 발견한 모든 것들이 의미를 가질 수 있을 때 그대의 보물은 발견되는 걸세"(연금술사 중)
2023-10-16 05:00:00오피니언

요즘 리더의 덕목은? 공감의 리더십

메디칼타임즈=이승준 학생(제주의대) 택시를 타고 학교로 이동하던 중 한 라디오 방송을 듣게 됐다. 라디오 진행자가 말했다. "요즘 대두 되는 리더의 덕목이 무엇일까요?" 정답이 궁금해서 귀를 기울였다. 라디오 진행자가 말을 이어 나갔다. "그것은 바로 공감입니다!" 정답을 듣고 납득할 수 없었다.'리더에게 공감이 필요하다고?'지난 8월 나는 학교 행사인 '골학'을 총괄했었다. 골학이란 본과 1학년 학생들이 예과 2학년 학생을 대상으로 인체의 뼈와 근육을 공부시키는 행사다. 예과 2학년 학생은 골학이 진행되는 일주일 동안 매일 15시간이 넘는 공부량과 20번 이상의 시험을 소화해야 한다. 작년에 나는 예과 2학년으로서 골학에 참여했었다. 그 일주일이 인생에서 가장 힘들었다. 압도적인 공부량도 힘들었지만 나를 가장 힘들게 만든 건 노력해도 오르는 않는 성적이었다. 지금 그 원인을 생각해 보면 의대 공부에 적합한 공부법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단순히 방법을 몰랐을 뿐인데 그때는 나 자신을 자책하며 좌절감을 느꼈었다. 올해 골학을 총괄하는 동안 후배를 보며 한시도 마음이 편했던 적이 없다. 앉아있는 후배들의 모습에서 작년의 내가 겹쳐 보였기 때문이다. 밥 먹을 때조차도 작년의 내 모습이 아른거렸다. 그러기에 나는 조금도 쉬지 않고 후배의 공부를 도와주러 다녔다. 후배는 작년의 나와 같은 좌절을 느끼지 말도록 하기 위해서 말이다.이런 모습을 돌이켜 보며 나는 내가 리더로서 자격 미달임을 느꼈다. 소위 리더라고 하면 스티브 잡스처럼 강력한 카리스마를 갖고 프로젝트의 목표를 향해 강하게 나아가는 모습이 떠오르기 때문이다. 쉽게 공감하는 내 성격은 사람을 이끄는 카리스마와 거리가 멀었다. 이에 나는 좋은 리더가 되기 위해서 물러 터진 내 성격을 바꿔야 하는지 고민하고 있었다.  그런데 라디오에서는 리더의 덕목이 공감이라고 말하니까 이해할 수가 없던 것이다. 바로 유튜브에 '공감 리더십'을 검색해 보았다. 맨 위에 '불확실한 2023년, 공감의 리더십이 온다'라는 제목의 영상이 떴고 그 영상을 시청했다.   영상에선 공감의 리더십 대표 주자로 마이크로소프트(MS) CEO 사티아 나델라를 소개한다. 나델라가 취임한 2014년 이후 MS 주가는 6배 이상 증가했다. 이처럼 MS를 제2의 전성기로 끌어올린 사람이 사티아 나델라이고 그 성공 비결이 나델라만의 '공감 리더십'이라는 것이다. 나델라는 공감을 통해 MS의 기업 문화를 바꾸었다. 나델라가 취임하기 전 MS는 직원들을 상대평가로 등급을 분류했다. 이는 직원들 간에 협업을 저해했고 직원의 다양한 도전을 막았다. 나델라는 취임 후 성과 시스템부터 바꿨다. 평가 방식을 절대 평가로 바꿨고 평가의 중요 요소에 동료와의 관계를 포함시켰다. 직원들은 자신의 성과를 이야기할 때 동료의 아이디어를 어떻게 활용했는지를 말해야만 했다. 이는 직원들이 자연스럽게 동료들의 의견에 귀를 기울일 수 있게 만들었다. 이 방식으로 MS 조직 사이 칸막이는 낮아졌고 다시 다양한 아이디어들이 모일 수 있게 됐다.또한 나델라는 직원들에게 비전을 심어주려고 노력했다. 모바일 시대에서 MS는 번번이 성과를 내지 못했었고 직원의 사기는 떨어져 있었다. 이런 직원들에게 나델라는 채찍과 당근보다는 공감을 무기로 꺼내 들었다. 나델라는 직원 한 명 한 명을 찾아가서 직원의 상실감을 듣고 공감하고 새로운 비전을 고민했다. 나델라는 공감을 통해 직원들에게 다가가서 목표 의식을 심어주었고 MS는 빠르게 그 목표에 도달할 수 있었다.나는 그동안 철저한 시스템을 가진 리더, 강력한 카리스마의 리더가 좋은 리더라고 배워왔었다. 그런데 세상은 이전보다 더 복잡하고 빠르게 변화하는 중이다. 즉, 이제는 나 혼자서 잘하는 걸로는 성공할 수 없고 더 많이 협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흐름에 발맞춰서 새로운 리더의 가능성을 보여준 것이 공감의 리더십이다. 쉽게 공감하는 성격이 내가 리더를 하는 데 있어서 약점이라고 생각했다. 이 성격을 바꿔야 한다는 생각까지 했었다. 나델라의 사례를 접한 후, 나는 이러한 생각들을 접을 수 있었다. 약점이라고 생각했던 공감이 훗날 공감의 리더십이라는 강점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나델라에게서 배울 수 있었다.
2023-10-10 05:00:00오피니언

의대생부터 의사까지, 6년의 여정

메디칼타임즈=박유진 학생(순천향의대) 총 6년이라는 의대생 생활, 하루로 따지자면 2190일을 지내왔고, 시간으로 따지자면 5만2560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 사이엔 눈물이 날 정도로 재밌는 일들도 있었고, 정말 슬퍼서 눈물이 펑펑 난 적도 있었습니다. 여느 의대생과 다름없이 열심히 공부를 할 때도 있었고 마음껏 놀다가 시험 직전이 되어서야 부랴부랴 공부를 했던 적도 있습니다. 그리고 의사국가고시 실기 시험을 이틀 앞둔 지금 '내가 과연 의사가 될 수 있을까' 혹은 '이제 진짜 의사가 되는 건가', '시험 때 떨지 않고 잘할 수 있겠지?' 등 여러 생각과 고민이 스쳐가며 만감이 교차합니다. 지나갈 것 같지 않았던 6년의 시간이 이렇게 쏜살같이 흘러갔다는 것도 믿기지 않지만 이제 학생이라는 신분을 벗어나 의사가 된다고 생각하니 더더욱 어깨가 무거워지는 오늘입니다.돌이켜 생각해보면 저의 의대생 시절은 열심히 경험하고 느끼고 기록하며 어떤 의사가 될지 고민하는 시절이었습니다. 처음 대학교에 입학했을 때는 드디어 대학생이 되었다는 부푼 기대와 설레는 마음을 안고 예과생 생활을 시작했습니다. 평소 배우고 싶었던 드럼을 배워보고자 무작정 밴드에 들어가 동기들과 밤새 연습을 하면서 공연 준비를 했던 적도 있습니다. 연습하는 과정은 쉽지 않았지만 무대 위에서 연주할 때 느껴지는 전율은 아직도 잊혀지지 않습니다.글을 쓰고 싶어 들어간 의대생신문에서는 학교 밖 소중한 인연을 쌓을 수 있는 뜻밖의 기회가 되었고 가끔은 글을 쓰면서 하루 종일 쌓였던 케케묵은 감정을 털어내기도 했습니다.예과생 2년동안 젊음과 청춘을 느끼며 (가끔은 음주가무도 곁들이며) 재밌는 나날들을 보내던 중 드디어 본과생이 되었고 수많은 과목들이 저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해부학부터 시작해서 생리학, 생화학, 미생물학, 약리학까지… 대학생이 되었다는 명분 아래에 무작정 놀았던 저에게 이렇게 많은 과목들을 공부한다는 건 쉽지 않았습니다.'인간은 적응의 동물이다'라는 말이 있듯 다시 찬찬히 수업을 들어가며 공부를 시작하니 나름 재미있는 부분도 있었고 드디어 의학적인 지식을 배운다는 기분에 들뜨기도 했습니다. 해부학의 꽃인 소위 '땡시(한 문제당 시간을 짧게 주고 바로 다음문제로 넘어가는 시험 방식)'라 불리는 시험을 치르며 의대생의 공부가 무엇인지 뼈저리게 느끼기도 하였고 본과 2학년 때 총 17과목의 임상과목을 배우면서 '의대생 공부량'에 대해 절실히 느끼기도 했습니다. 특히나 아침 8시부터 오후 5시까지 이어지는 수업과 2주마다 치뤄지는 시험이 가끔은 숨막힐 때도 있었지만 그런 시간들이 있었기에 우리가 '의사'라는 직업에 걸맞은 사람이 될 수 있음을 다시금 생각합니다.마지막 본과 3학년, 4학년에는 병원에 임상실습을 나가면서 '가운의 무게'에 대해 생각하였습니다. 병원에 가운을 입고 돌아다니면 '선생님'이라는 호칭을 심심치 않게 듣게 됩니다. 처음에는 무언가 제대로 아는 것이 없다는 사실을 들키기 싫어 숨어 있기 급급했습니다. 그럴수록 스스로 '빈껍데기'가 되기 싫어 더 열심히 배우고 공부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특히나 병원 실습을 돌면서 가장 중요하다고 깨달은 점은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아는 것'이었습니다.의사는 병원에서 환자를 진찰하며 어떻게 검사하고 치료할 것인지 결정해야하는 직업입니다. 그 과정에선 정말 위급한 환자를 대하며 다음 스텝을 정해야하는 결정적 순간들도 있습니다. 그 순간에 조금 더 나은 결정을 하고 더 나은 선택을 하기 위해선 먼저 내가 어떤 신념을 가지고 있고 어떻게 하는 것이 나와 환자에게 올바른 선택인지 평소에 잘 생각해둘 필요가 있습니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고 어떤 걸 옳지 않다고 생각하는 사람인지를 안다면 사람들의 말에 휘둘리지 않고 나의 신념대로 올곧이 나의 길을 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생각해보면 저의 의대생 시절은 어떤 의사가 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의 연속이었습니다. 막연히 사람을 돕고 싶다는 생각으로 선택한 의대, 그리고 끝나지 않을 것 같던 의대생 시절이 거의 끝나갈 무렵이 되니 이런 저런 생각들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조금만 더 열심히 공부할걸, 조금만 더 열심히 놀걸 하는 후회는 약간씩 있지만 의대에 들어온 걸 후회해본 적은 단 한번도 없습니다. 사람의 생명을 살리는 게 얼마나 고귀한 일이고 이 일을 할 수 있는 자격이 주어졌다는 게 얼마나 값진 일인지 알기 때문이죠. 그렇기에 앞으로도 저는 더 좋은 의사가 되기 위해 저 자신을 돌이켜보고, 제가 어떤 사람인지 고민하는 시간을 가져보려고 합니다. 지금은 윤곽이 분명하지 않은 의사의 모습이 그려지지만 고민을 하다 보면 차차 그 윤곽이 선명해지는 날이 올거라 생각하면서요.
2023-09-25 05:00:00오피니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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